서울남산국악당.서울돈화문국악당의 시민 리뷰단으로 참여하여 남긴 후기!
3월 13일 오후 7시 30분
나는 역대급 공연을 만나고야 말았다. 눈에 담기만 해도 고뇌를 씻어 내는 어마어마한 공연을 보고 왔다!!!!
2026 서울교방 6인전!
'공화, 허공에 핀 꽃.' 이라는 주제로 완성된 위대한 예술의 향연을 만난 것이다!
이야기라는 측면에서는 사전에 스포당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간지러운 궁금증이 따라다니는 것이 괴로움) 공연이나 전시에 관해서는 내가 직접 본 후에 느낀 감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기 때문에 브로슈어나 책자 등을 미리 참고하지 않는 편이다.
이번 공연, 서울교방 6인전에서는 표지까지 총 8페이지, A4 규격의 브로슈어가 제공되었는데 나는 먼저 책자에 담긴 글을 살피지는 않았다.
공화, 허공에 핀 꽃. 이 뜻도 무슨 말인지 (한자로 풀어 보면 대강 감이 오지만, 내 생각 이상으로 더욱더 큰 의미였다) 잘 모르는 상태로 공연에 진입했다.


1
서울교방 6인전의 품격을 한층 끌어 올린 멋진 사회자 선생님
개인적으로 서울남산국악당 서울돈화문국악당의 공연 중에서 실망한 공연은 단 하나도 없다고 자부하는데 - 진짜 멋진 공연만 올라옴... 국악당 소개하는 프로그램 '샅샅'도 유익하고 재미있을 정도임... 나는 국악당이 올리는 공연을 진심으로 신뢰함... - 다만, 한 가지 사회자의 존재에 관해서 좀 의문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다. 굳이 있어야 했을까 없엇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느낀 무대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사회자 선생님이 왜 계셔야 했는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리고 감동을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시는 사회자 선생님이란 이런 분이구나, 정말 엄청나게 공감하면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나는 잘 모르지만 무대 뒤에 프롬프터가 있었을까? 근데 그런 장치를 본 적은 없는데... -나는 국악당 공연을 자주 관람해 왔다 올해로 3년째다 -
큐카드 없이도 정말 유려하게 말씀을 잘하시는데, 심지어 우아한 매력까지 갖추셔서 도대체 본무대는 얼마나 더 대단한 분들이 올라오시려고 이렇게 멋진 분을 사회자로 섭외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서울교방 6인전을 찾아온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부터 남다른 포스가 넘쳤는데 공연 주제이자 무대를 관통하는 중요 키워드인 공화를 설명함에 있어서 불교적 색채를 띈 이 단어를 왜 선택하게 되었고 어떤 의미를 담아서 공연을 준비하였는지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설명해 주시면서 공연을 보기 전부터 본무대에서는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 엄청나게 기대하면서 무대에 더욱더 몰두할 수 있었다.
공 > 空
화 > 花
빈 곳에 핀 꽃?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싶지만, 현실에 실재하지 않는 것을 잘못 보는 착시를 의미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현세의 덧없음을 의미하면서도 그래서 그 착시 속에서만 잠시 만날 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도 나는 생각하는데...
그 공화가 여섯 명의 춤꾼이 펼치는 춤으로 무대 위에서 무려 여섯 번이나 피고 지었다.
최근 들어서 짧은 시기에만 피었다가 열매를 맺으며 스러지는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는데 (근처 숲을 자주 산책한다) 무대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그토록 '회전러'가 많은 것 또한 같은 이치이다. 어제의 무대 다르고 오늘의 무대 다르다. 정말 똑같은 캐스트가 열연한다고 하더라도 어제의 디테일과 오늘의 디테일이 다르다. 어제의 무대는 오늘의 무대로 반복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라고 하더라도.
이번 서울교방 6인전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간 실력을 길러 오고, 이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열과 성을 다했겠지만, 그럼에도 오늘의 무대와 내일의 무대는 같지 않고 눈에 담은 기억만으로 무대를 보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화, 허공에 핀 꽃을 사회자 선생님의 섬세한 설명과 함께 더욱더 열심히 머릿속에 가슴속에 담고 돌아왔다

2
다 순서가 있다!
모든 무대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곡에 흐름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서울교방 6인전에 오르기 위해서 음악을 각색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전승된 음악과 무대가 본래 이와 같은 흐름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새로운 시선으로 전통춤을 현대화한다"는 서울교방의 목표를 가지고 곡과 무대의 흐름에 약간의 변주가 생긴게 아닐까 싶었다.
각 무대가 약 15분 남짓으로 이어졌는데, 그 무대마다 일종의 '인트로 - 클라이맥스 - 엔딩'의 구조를 띠고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내가 준비한 무대는 이것입니다. 하면서 천천히 자기 소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미세한 손끝의 움직임, 치맛단 안에 숨은 발끝의 움직임 등으로 관객들이 무대에, 춤꾼에게 집중할 수 있게 이끈다.
그 작은 몸짓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능력이 정말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라. 내가 뭘 놓친 거지? 조금 전과 약간 달라졌는데. 뭐가 달라진 거지?
무대에서 잠시라도 눈을 떼면 몇 초 전과 비교하면 춤꾼 선생님의 무언가가 달라졌는데 뭐가 달라졌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애가 타게 된다.
손가락이 3mm 정도 움직였다. 손끝으로 잡은 치맛단을 4mm 정도 들어 올렸다. 치마 아래에 숨겨진 버선 발이 살짝 움직였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무대로 관객이 더욱더 빠져들도록, 헤어날 수 없도록 이끌어서 정말 매력적이었다.
간을 보는 것만 같은, 그동안 쌓은 실력으로 관객이 춤꾼에 춤꾼이 준비한 무대에 완벽히 휘감기도록 춤꾼 선생님의 밀당 능력이 정말 엄청났다는 뜻!
그렇게 관객들을 휘어잡는 인트로 구간이 끝나면 당연히 곡조에서도 변주가 생겨서 조금더 빠르게, 잔잔한 바다보다는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곡이 흘러들고 무대의 에너지 또한 변화하게 된다.
나에게 잘 빠져들었지? 이제 내가 준비한 본판을 보여 줄게! 이런 느낌이었다. 에너지 넘치는 무대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저절로 박수를 칠 수밖에 없고 춤꾼이 수십 년 간 길러 온 실력으로 뒷받침된 재간에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무대에서 만난 모든 예술인들의 에너지가 참 대단하다고, 멋지다고는 늘 생각했지만 이번에 서울교방 6인전에서 만난 모든 춤꾼 선생님의 춤이 정말 대단해서 지금도 그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정도이다!

3
독무에 이런 힘이?!
이번 포스트 제목을 뭘로 하면 좋을까. 멋진 공연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뽐내고 싶어서 진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처음 뽑은 제목은 이거였다.
독무로 꽉 채운 예술의 향연
실크 스크린 느낌의 (안이 살짝 비치면서도 프로젝터의 빛을 반사해서 스크린이 되기도 하고 악사 선생님들의 연주 공간을 확보하는 용도의 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막 뒤에는 악사 선생님들이 연주 및 구음을 해 주셨는데, 어쨌든 무대 전면부는 오로지 춤꾼 선생님들만의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수백 명의 관객 앞에 오롯이 나와서 자신의 실력을 내보이고 관객들의 시선을 받으며 준비한 무대를 완성하는 사람은 각각의 춤꾼 선생님이었다.
혼자서 수백 명의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홀을 달아오르게 하는 엄청난 힘을 모든 춤꾼 선생님들이 온몸으로 내보이셔서 정말 새삼... 우리 전통이 가진 힘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진짜 다시 보고 싶다...
혹시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일단 이번 무대는 지나갔으므로 국악당 홈페이지를 - 통합되어서 서울돈화문국악당, 서울남산국악당 따로 살필 필요가 없다..!!! - 잘 모니터링하다가 공연이 올라오면 초고속으로 예매하도록 하자.... 일단 나부터... 흑흑
백색 한복을 입은 선생님도 계셨지만 승무를 준비한 춤꾼 선생님이나 검무 및 교방굿거리춤을 준비한 춤꾼 선생님 등은 컬러감이 분명한 한복을 입으셨다.
근데 여기서 속치마들을 다른 색으로 입어서 회전하는 춤사위 때 더욱더 다양한 컬러감이 부각하도록 배치한 것 또한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앞코가 삐쭉 솟은 버선코의 매력 또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마저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그 버선코로 마치 관객들을 낚는 것처럼 치마 아래에서 드러났다가 사라지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여기 계신 선생님들은 모두 천재임. 내가 입증함.

4
아니, 세상에! 어느 92세 노모가 이렇게 춤을 춥니까!
화화.
화 > 和
화 > 花
화목하게 어울리는, 신명나게 어울리는 꽃. 92세 노모가 연상되는 춤. 네 번째 무대를 준비하신 성윤선 춤꾼 선생님의 무대 키워드 및 설명인데... 세상에! 선생님! 어느 92세 노모가 이렇게 춤을 추십니까!
춤꾼 선생님이 무대를 벗어나서 관객석을 오가며 무대를 달아오르게 했던,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엄청난 힘을 지닌 무대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무대를 참으로 즐기는 모습도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 연극. 뮤지컬에서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꽤 보았다... - 흡인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다. 너무 신나서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경험을 진짜 오래간만에 했다!
5
춤사위 너머로 맥동하는 힘
승무를 춘 정희선 춤꾼 선생님 또한 정말 각별한 매력을 보여 주셨는데...
다른 춤꾼 선생님들이 얼굴을 다 드러낸 것에 비하면 승무를 추신 춤꾼 선생님의 얼굴은 하얀 장삼 아래에 가려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다른 춤꾼 선생님들이 소매가 손목께에서 딱 끊기는 한복을 입으신 것에 비해서 승무 선생님의 장삼 소매는 거진 2미터 정도 되어 보였을 정도로 길기도 했다.
무대 암전 중에 무언가 장치가 올라온다고는 어렴풋이 보긴 했는데 그게 북일 줄은 몰랐다. 북을 무대 한편에 놓으셨길래 춤을 추시면서 북까지 치시나 보다, 정말 대단하다. 이 정도까지만 짐작하고 춤꾼 선생님이 준비하신 무대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었다....
2미터에 가까운 장삼 자락을 펄럭이면서 무대를 종횡하시던 선생님이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을 때. 뭐랄까.... 나의 조막만한 예술 감상 인생에 완전한 파문이 퍼지고 말았다.
진짜 포스트 제목처럼 레전드 갱신했다. 이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무대가 또 있을까.
장삼으로 멋진 곡선들을 그리면서 무용을 선보이시던 선생님이 북을 두드린 순간, 현실이 날아갔다. 그냥. 무대와 나, 춤꾼 선생님과 나만 남았다.
세상에 균열을 내는 소리가 아니라 세상의 잡음을 지우는 소리가 오로지 무대만을 느끼게 했다.
다시 떠올려도 소름이 돋을 정도이니 진짜 넘사벽이라는 단어 말고는 이 무대에 무엇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완벽, 갓벽한 무대였고 그런 시간이었다.
유튜브에 여러 영상이 있긴 한데 확실히 디지털 복제는 원본 오리지널의 아우라를 따라잡을 수 없음... 그런데도 궁금하다면 검색해서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억에 담아 두었다가 꼭 본무대에서 감상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북을 두드릴 때 북면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북통을 긁는다든지, 심지어 북면을 긁어내리는 등의 여러 방식으로 소리를 내는데 진짜 눈이 돌아 버릴 것 같았다.... 이 매력을 내가 현장에서 느낄 수 있어서...정말 너무너무 감사했다....
사실 승무 춤꾼 선생님의 공연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공연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북면을 긁어내렸어.... 그렇게 소리를 냈어...' 이러면서 계속 전율에 휘감겨 있었을 정도였다...!!!!
꼭 무대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춤사위였음!!!!

나는 EDM에 절어서 살고 OTT 서비스와 한몸인 것처럼 살고 있는데 그만큼 디지털의 노예인 내게 이번 서울교방 6인전은 사람의 힘, 원본, 오리지널의 힘,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라는 것이 그냥 글자 속에 남은 개념이 아니라 21세기를 넘어서 미래까지 지배하는 절대적인 섭리임을 새삼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복제를 통해서도 무대를 다시 관람할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에너지와 열기는 디지털로는 절대 복제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와 같은 무대가 올라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꼭 미리미리 예매해서 관람하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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