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술가를 발굴하는 서울남산국악당의 대표 사업
2025 젊은국악 단장 쇼케이스를 관람하고 왔다!
감개무량할 정도로 멋진 시간이었는데, 사진보다는 당시의 감정을 담은 후기로 공연의 감동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https://sgtt.kr//program/detail/6817
위 링크에서 공연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만날 수 있다.
2025 젊은국악 단장 쇼케이스
4개의 단어를 통해서 꽤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해마다 이어진 듯싶다.
그리고 신예를 발굴하는 프로젝트 성 기획으로 보인다.
그런데 단장이라는 단어가 한번에 와닿지 않았다.
어떤 연주단, 그룹을 이끄는 장이라는 뜻일까. 하지만 혼자서 참가한 참가자들도 있었기에 이 말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장단의 역설인가. 단점보다 장점을 찾자는 말일까. 아니면 장조와 단조가 아니라, 단조와 장조를 줄여 부르는 말일까.
조금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다.
짧은 이야기로구나.
이번 공연 자체가 젊은국악을 이끌 신예를 선발하는 과정인 만큼, 쇼케이스에서 이들이 보일 짦은 이야기를 뜻하는 단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
뭐랄까.
기대감이 갑자기 확 깊어졌다.
실력 있는 국악 연주자들이 자기 자신을 한계까지 갈고닦아서 나왔을 텐데. 얼마나 멋진 무대가 펼쳐질까.
그리고 이들이 펼치게 될 본 무대는 또 얼마나 멋질까!
공연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진행되었다.
공연이 더더욱 멋지게 완성될 것만 같은 예감이 느껴졌다!
크라운 해태홀에서 열린 2025 젊은국악 단장 쇼케이스
다시 떠올려도 정말 완벽한 시간이었달까.
가장 처음 무대를 연 거문고를 연주하며 노래와 EDM까지 결합한 뮤지션 김민영 님이었다.
EDM이라는 장르를 일상적으로 즐길 정도로 대단히 좋아하는 데, 매우 피치 높은 EDM 비트들과 거문고라는 중후한 현악기가 거침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저 사람은 천재다. 천재야! 천재가 아니고서야 이런 조화를 떠올릴 수 없어! 이런 생각이 잠시도 멈추지 않았던 20분이었다.
드럼과 북, 꽹과리라는 매우 자기 목소리 강한 악기들과 어울림에도 거문고는 제멋을 뽐내면서 바삐 흘러가는 음들 사이에서 어울리고 있었다.
심지어 무대 배경으로 펼쳐진 미디어 아트는 곡의 가사나 음악이 주는 리듬감과 함께 연결되어 시청각적 몰입도를 배가했다.
거문고는 현악기이기 때문에 그동안 앞선 다른 국악 공연들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하나의 음을 연주한 이후에 잔향과도 같은 울림이 이어지는 악기였다.
하지만 김민영 님도 다른 수많은 국악 연주자분들처럼 악기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울림 없이 거문고의 현이 하나의 소리만을 강하게 낼 수 있는 방식 등으로 악기를 새로이 활용하면서, 거문고를 넘어서 국악이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그리고 제약 없이 어떤 타 장르의 음악들과 어울릴 수 있는지를 단 20분 만에, 사실은 몇 초만에 무대에서 완성해 냈다.
이전의 다른 국악 연주자님들은 비슷한 계열의 악기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야금 연주자님과 첼로 그리고 기타가 어울리는 무대를 보았고, 해금 연주자님과 비올라, 기타, 가야금 연주자님이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현악기와 현악기, 즉 비슷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악기들이 만나서 함께 무대를 꾸린 것이다.
하지만 김민영 님의 무대는 너무나도 색달랐다.
드럼, 북, 꽹과리. 여기에 EDM. 비슷한 계열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완벽히 결이 다른 악기들과 어우러지면서 무대를 꽉 채운 것이다.
이 무대가 세대를 넘나들 수 있다는 식으로는 말하기 어렵다. 높은 피치의 음악을 듣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청각적으로 불편할 수 있다) 번쩍이는 무대의 광량이 시각적으로 불편한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건 국악이 가져갈 수 있는 색다른 형식의 미래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보여 주었다.
국악이 다른 장르에 편입해서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방식이 아니라, 국악으로 다른 장르를 가져와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곡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확인한, 너무나 멋진 시간이었다.
수십 개의 오케스트라 악기로 완성되는 교향악.
그와 같은 느낌으로 시작한 두 번째 무대의 연주자는 트리거라는 그룹이었다.
단 세 개의 악기로 완성된 풍성한 곡조가 몰입을 이끌었다. 몇 개의 단어로 의사 소통의 부재를 표현하거나, 몇 개의 단어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로지 인간의 가치만이 변화하지 않음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었다.
다만, 실시간으로 흘러가서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실황 공연의 특성상, 짧은 한두 개의 단어로는 연주자들이 목표로 하는 바에 대해서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청취 난이도가 높고, 공연이 오히려 장난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역량적인 측면에서의 아쉬움으로 느껴졌다.
소리꾼 강나현 님께서 세 번째 무대를 장식하셨다.
솔직히. 인정하자. 나는 판소리라는 단어로 진행자가 세 번째 무대를 명명하자마자. 이 시간이 조금은 지루하겠구나, 단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편견을 깨부수는, 새로운 문법의 판소리를 만나는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세 개의 곡조를 선보이시는 동안, 1) 무대의 문법 2) 판소리라는 곡조의 문법 3) 스토리텔링의 독창성으로 강나현 님께서는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관객들을 그 안으로 모조리 끌어들이셨다.
늘 이야기에 힘이 있다고 여기면서 살지만, 굉장히 오래간만에 무대가 갖는, 이야기가 갖는 그리고 진실된 감정이 갖는 공감을 깊게 나눌 수 있었다.
강나현 님이 무대에서 선보이신 세 개의 곡은 모두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셨는데, 여기에 페르소나를 하나 덧씌워서 공연이 진행되었다.
자전적 이야기임을 공유한 상태에서 가면 하나를 부착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공연하는 독창적인 방식이 한 개인의 이야기를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시대가 갖는 슬픔, 현대인이라면 모두가 느끼는 어려움을 개인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만들면서 공감력을 높이고 관객의 몰입을 유도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동음이의어를 유쾌하게 해석한다거나, 슬픈 나의 현실을 웃으면서 헤쳐 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면서 감동과 웃음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힘을 주는, 매우 멋진 무대였다.
안무가 김성 님의 무대가 마지막 무대였다.
개인적으로 무용이라는 주제가 몹시 흥미로웠기 때문에 아주 집중해서 보았었다.
김성 님과 스토리텔링의 주체를 맡으신 김나니 님, 두 분께서 무대에서 열연하셨다.
무용은 기본적으로 시각적인 예술이며,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이도가 느껴졌다. 이 지점을 스토리텔링과 작창을 맡아 주신 김나니 님께서 무대에서 열연하시며 원활히 몰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무대 안의 무대를 설정하고 무용으로 주제를 스토리텔링으로 이해를 높이는 방식이 매우 창의적이었다.
자연과 인간, 무에서 성장해 나가는 모든 존재가 겪는 어려움은 하나로 표상할 수 없고 사회와 자연이라는 망망대해의 세상 속에서 성장하는 주체들은 늘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난과 어려움, 두려움과 역경이 무대에서 무척 역동적으로 표현되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창발적인 무대에서 받은 에너지들로 나까지 힘을 받을 수 있었던 멋진 시간이었다.
모든 연주자님들의 에너지가 관객들을 향해서 열정적으로 넘쳤고 국악의 미래가 이토록 밝다는 사실에 괜히 기뻤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을 얘기해 보자면.
진행이 매우 아쉬웠다. 이런데 돈을 안 썼으면 싶을 정도로!
2025 젊은국악 단장 쇼케이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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