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8. <뮤지컬> 인화 첫 번째 관람
그로테스크한 와중에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닌 극. 하지만 너무 트리거가 많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 스포일러, 그 자체이니 제발 본문 확인에 주의하기를 바란다.
1. 인물과 이야기
실제 무대에서 스치는 인물은 조금 더 있지만,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은 둘이다. 인화와 소현. 인화를 바라보는 소현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살아 있음에도 죽음에 맞닿아 있다고 여기는 소현이 인화를 포착한 순간은 인화가 죽음 속에서 미학을 발견하는 때였다. 자신과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을 찾아내는 인화의 모습에 소현은 인화에게 집착한다.
사회적 윤리에서 어긋났다고 보이는 하나의 사건, 그 속에 자리한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나지 못하고 뱅뱅 돌다가. 어느새 소현은 그 자신의 신체로 인화를 따라 하게 된다. 목소리로도. 손으로도. 피사체가 되어서, 피사체를 찾아내면서, 피사체를 만들면서.
이런 흐름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으나, 무대에서 이런 이야기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 연출과 효과
사건 속 중심 행위는 그리다, 찾다, 포착한다는 것이다. 어린 인화는 그림을 그리지만, 어느새 도구는 카메라로 바뀐다. 셔터음이 자주 등장하고 플래시를 나타내는 강렬한 조명이 무대와 관객석을 가로지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셔터를 누르는 주체가. 인물들에서 관객으로 바뀌는 순간이 다가온다.
온다 리쿠의 '초콜릿 코스모스'에서 비슷한 연출이 등장한다. 이 순간 극에 확 몰입하면서도 동시에 극이 완전히 끝났다는 느낌을 주어, 굉장히 허탈해졌다. 그래서 다시 보고 싶어지는 역설적 감동을 연출한다. 피부 위로 자글자글 소름이 돋는데, 그걸 해소할 마지막 포인트를 잃어버려서 영원히 극 속에서 내 갈망을 잠재울 포인트를 더 찾아내고 싶게 한달까.
3. 무대
무대 평면과 거의 같은 1열에서 본 관계로 다소 후기를 남기기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다만, 반투명한 가림막이나 학교에서 쉬이 볼 법한 책상과 사물함, 짧은 계단 등을 활용해 공간 활용을 하고 시선을 숨기거나 드러내고, 그 순간의 감정을 투영하는 지점 등은 인상적이었다.
무대 연출이 다소 엉성해,🤔정말 이런 표정을 지었는데, 연이어 삼색도를 관람하자마자 30분만에 무대롤 새로 꾸려야 하는 극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음을 인지했다.
4. 넘버
극이 마이너스 기운을 가득 담았기에 넘버가 격정적인 느낌보다는 파고든다는, 긁어내린다는 느낌을 좀 받는다. 휘몰아치면서 감정의 격랑을 이끄는 넘버들이 없지는 않다. 그래서 오히려 불안정한 느낌을 주던 극에서 서로 대립하며 감정을 표출하는 넘버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5. 배우
무대에서 송영미 배우님을 정말 간만에 뵙는다. 어느 순간에서도 인화의 모습으로 무대에 서시는 송영미 배우님의 연기로 극에 더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2인극인 만큼 감정이나 관계 측면에서 대립하지 않더라도, 한 배우가 무너지면 무대를 온전히 만끽할 수 없다. 전하영 배우님은 접변 때 처음 뵌 이후로 흑백다방1991에서도 호평이 들려서 믿고 보는 배우님으로 완전히 인지했는데, 이번 무대에서도 열연을 펼치셔서 극의 기괴함과 신비함에 한층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남은 이야기는 <뮤지컬> 삼색도 후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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