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에는 굉장히 여러 이유로 참여하게 됐는데, 생각한 모든 목적을 이루는 시간이었다.
2시간 정도 전시장을 둘러보았는데, 내가 알았지만 잊었던 세상, 내가 모르던 세상 그리고 내가 지향하고 싶은 세상을 모두 만나는, 그래서 알차다 못해 행복하기만했던 시간이었다.
그날만 1만 보를 걸었는데, 피곤하다는 생각보다, 도파민이 엄청나게 돌아서 열정적으로 후기를 남기는 시간을 갖게 됐다.
사람이 안 나온 사진을 찍는 게, 정말 너무나도 어려웠던 서울국제도서전.... 진짜 요리조리 피하고 기다리면서 열심히 찍은 사진들과 감상을 푼다.
공백을 만들면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다. 물론 참여한 사람의 숫자만큼, 그것이 과거가 됐든 미래가 됐든. 그만큼 다양한 감상을 낳는다는 것 또한 놀라운 지점.
책을 판매하는 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는 책소개라는 영역 이외에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책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상당히 좋다는 생각.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후기를 오프라인에서 접하기는 어려우니까?
온라인에서는 검색 한 번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데 사실 그 정보가 너무 혼란스럽게 퍼져 있기에 진짜 정보인지 의심되는 것도 사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정돈한 정보를 정갈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로는 더더욱 정교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굿즈 같은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이건 좀 웃겨서 갖고 싶었다. 기록을 중시하는 어떤 부스에서 (부스명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판매하는 티셔츠였는데 인기가 좋은지, 어떤 분들이 누가 입었던 티셔츠라고 말하기도 했고 실제로 일부 사이즈는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서자판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원하는 장르나 원하는 길이를 선택하면 잠깐의 기다림 후에 이렇게 산문이나 시 등을 받을 수 있었다. 장르 자판기는 내가 갔던 당시 (19일 16시 즈음) 에는 작동하고 있었는데, 긴 글, 짧은 글 자판기는 (후자)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종이가 없었을까?
수많은 책 중 내게 무슨 책이 맞는지 단번에 찾아내기는 어렵다.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그마저도 마찬가지. 이렇게 질문과 함께 책을 안내하는 부스 또한 흥미로웠다.
답정너! 라는 느낌보다는 나조차 모르던 취향을 찾게 해 주는 방식으로 느껴졌다.
레트로라고 해야 하나, 뭐랄까. 이런... 류의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포스터가 왕왕 보였는데, 굉장히 시선을 자극했다. 자연스레 관심을 줄 수밖에 없었달까?
태그로 간명하게 책을 보이고, 질문으로 책에 흥미를 불러오는 방식도 좋아 보였다.
책 읽기 챌린지 스탬프라니! 아주 재미있는 방식이었다.
담백한 컬러 표지와 띠지까지도 디자인의 일부로 만들어 버린 인상적인 책들을 잔뜩 만날 수 있었다.
무슨 책을 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모두 모아서 한권에 정리한, 일종의 서머리북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만드는 나의 문장은 출판사의 제안으로 시작해, 나의 참여로 완성된다. 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고, 내가 되짚는 과정에서 이것을 한단계 더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AI 기술의 발전은 인지했지만, 딱딱하고 부자연스럽기만 한 TTS 기능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람의 목소리로 들릴 줄은 몰랐던 터여서 이 앞에 한참 서 있었다. 세팅된 목소리는 여러 종류였는데, 여성과 남성의 캐릭터 디자인조차도 편협해서 일단 그 한 가지가 불쾌했다.
그밖에,
1)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탑재하는 과정이 실제 녹음보다 더 효율적인가, 이 지점을 생각해 봄. 개발 후 사용자의 앱에 설치해서 실행하는 과정까지 이게 더 효율적인 걸까. 사람이 직접 녹음하면 녹음하는 스튜디오, 편집 과정 등이 포함되어야 하니 (+해당 문장 및 단어에 맞춰서 매칭하는 등) 인력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리소스가 소요되는 걸까. 그래서 이렇게 개발하는 걸까. 이런 지점에서 의문이 들었고.
2) 부스에서 예시로 AI 보이스 리딩 텍스트는 산문류 또는 내 나이대에 익숙한 표현으로 치자면 비문학 류였는데, 사람의 감정을 싣는다는 측면에서는 아직 AI가 부족하기 때문에 (맥락을 이해해야 하므로) 그런 텍스트를 선택했던 게 아닐까, 대화가 주류인 소설로 넘어가게 되면 어떨까 싶었다.
2년 정도 전에 윌라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했었고 (폰 사면서 이용권이 나옴) 그때 오디오 북을 틀어놓고 일하거나 책을 빌려보거나 했었는데, 당시 내가 주로 들었던 오디오 북은 소설 류였고, 그건 성우가 녹음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갑작스레 발전한 AI 시장과 그래서 밀려나는 사람의 자리, 하지만 그런데도 기계로 곧장 대체할 수 없는 영역 등에 대해서 생각이 깊어지게 된 부스였다.
나는 늘 고민을 많이 하는데, 내가 무슨 책을 써야 하고, 내가 무슨 책을 쓸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책으로 더 많은 독자들과 연결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최근 들어, 더더욱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판매, 즉 수익도 수익이지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측면에서 고민이 깊어진 요즘이다.
이런 식으로 내가 사는 삶, 그런데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 하지만 잠깐의 유희 차원에서의 탐방, 또는 현실을 더 깊게 파고드는 날카로운 생각. 카테고리를 나눠서 그에 어울리는 문장을 여러 도서에서 뽑아 제공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보였다.
더불어... 지금에서야 느끼는 일이지만, 카테고라이징, 그리고 문장 추출, 디자인과 제작까지.... 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 새삼 느끼게 된다.
현암사 키링. 귀여워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현암사의 자음을 따서 캐릭터화 하다니... 대체 누가 했을까, 컨펌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보자마자 너무 매력적이어서 사고 싶었는데, 금세 생각을 철회한 이유는 코스터가 맥주 지향적이기 때문에... (강경 소주파)
관람객의 호기심을 이끌고 이들이 스스로 서랍장을 열어, 안의 책을 확인하게 한다는 인게이지먼트, 참여의 측면에서 인상적인 부스였다.
앞서, 주제를 제안하고 그중에서 원하는 한 문장을 뽑아 가는 형식의 책갈피 또는 카드 류의 부스가 상당히 많게 느껴졌는데, 이 부스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어떤 주제에 알맞은 책 또는 문장을 제시하는 것은 나의 니즈를 내가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라는 것에 가깝다면, 이 부스는 이런 책이 있어. 혹시 궁금하지 않아? 이런 식으로 관람객을 끌어당기는 식이라고 보는게 알맞겠다 싶었다.
당연히 부스 설치에 배는 돈이 들었겠고, 고민해서 완성하기까지도 쉽지 않았겠지만, 상당히 많은 관람객들이 지나다니다가 이들의 한 문장에 끌려서 안의 책을 살피고, 보물을 찾아냈으니. 부스 담당자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최? 후원사?에 이번에는 사기업들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보이길래, 뭐지.... 이상하네.... 심지어 한 곳은 최근 랜섬웨어 사태로 고객들의 불편을 거의 열흘 가량이나 초래해 놓고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은 회사가 아닌가! (그런데 심지어 이들이 전자책 및 대여 서비스로 관람객을 엄청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노고는 고단하게 느껴졌으나, 기업을 바라보는 입장으로서는 눈꼴시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의아한 마음을 가지고 참여했는데, 결국에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듯싶었다. 정부 예산 삭감과 사기업의 출자로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모양인데.... 새 정부 들어섰으니 반드시 이 지점에서 개선이 있어야 하겠다.
도서는 지식이고, 지식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왜 나라에서 의무 교육을 필수적으로 진행하는가. 살아가기 위해서 지식, 학습, 정보가 필수적임을 국가가 인정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지식과 정보라는 측면에서 가장 국민에게 접근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역은 책이다! 디지털 세상이 아니다... 다음의 서울국제도서전은 안심하고 이 도서전에 참여하고 관람할 수 있도록 공공성이 강화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브릿지... 한때 인상적으로 여기던 플랫폼, 하지만 요즘엔 거의 쓰지 않는 플랫폼.... 열심히 하는구나...
한 사람을 위한 책을 처방한다는 코멘트도, 앞서 다른 부스들과 마찬가지로 나조차 모르는 내 니즈를 일깨워서 독서라는 사유의 세계로 이끌기 위한 하나의 후킹 포인트로 보인다. 다만,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래서 얼마나 많은 자체 도서 보유가 아닐까 싶다. 책의 중개라면 플랫폼 역할일 테니 상관이 없겠지만, 자사 컨텐츠를 소비자에게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일단 보유한 도서의 풀이 많아야 할 테니까.
우리나라는 지금 여자의 여, 아니, ㅇ만 꺼내도 눈을 부라리는 놈들이 한둘이 아닌 세상이 됐다. 이틀에 한 번꼴로 여자가 남자에게 맞아 죽는 사회임이 확실히 밝혀졌고, 그보다 더한 사례가 얼마나 갇혀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런데도 여성의 인권, 이 나라에 만연한 차별과 극렬한 혐오, 이를 기반으로 한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여성을 이야기하는 입을 틀어막아버리려고 하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더 말해야 하고, 더더욱 드러내서 차별 없는 세상, 혐오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공부하고 연대해야 할 텐데, 그런 책들이, 카테고리가 왕왕 보여서 참으로 기뻤다.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삶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극남초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억압을 담고,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모두의 삶이 나아가야 할지 조명하는 책들은, 아직 이 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함께하는 여성들이 있음을 알게 되어서 더더욱 마음이 벅찼던 부스들!
시기를 맞춰서 이벤트, 선물 등을 하는 것이 관례가 된 우리 사회에서 시기를 살짝 비틀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책과 독서를 제안하는 방식도 신선하고 재미있게 보였다.
책이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특히 그 중에서는 그 책의 시작이자 끝인 작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확실히 독자에게 믿을 구석은 내 니즈에 맞는 책, 내 심금을 울린 한 문장에서 시작하게 되더라도, 결국에는 그래서 작가가 어떤 글을 완성했는지, 무슨 마인드로 그 책을 쓰게 되었는지, 그래서 어떤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지. 그런 것들이 아닐까?
다양한 삶을 조명하는 글들이 많았다는 점도 기뻤는데, 불교 서적과 불교 굿즈 등을 귀엽고 휴대성 높게 가져온 출판사들도 만났고, 우리가 소위 취미 생활, 또는 소비 생활이라고 여기며 지긋지긋한 정상 사회가 (야진짜 이 세상에 '정상' 범주 없다.... 그건 진짜 기득권이 만든 신화고 그거 믿고 따르는 사람들부터 비정상임...) 배척하는 덕질이 얼마나 우리 삶에 필요하고 이로운지 알리는 글을 봐서, 참 기뻤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취미 생활에 큰 지출을 하기 어렵지만, 그런데도 만나는 각종 작품들 속에서 마음의 위안과 공감 그리고 이놈의 지긋지긋한 사회 속에서 내일도 또 살아가겠다고 힘을 얻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리고 실제로 덕질, 취미 생활을 통해서 소비하는 사람들의 지출 범위는 정말 넓기 때문에, 이들이 사회를 지탱하는 거대한 한 축이라고 봐도 절대 모자라지 않은 평일 정도이다.
내 눈에 별로라고 남의 열정을 깎아내리거나 편협하게 바라보는 좁은 시야의 인간이 되지 말기를!
굉장히 특이한 방식의 글 소개라고 여겼다. 책소개를 줄글로 써 놓은 출판사는 다수였다. 책 속에서 한 문장을 뽑거나, 편집자가 추천하거나, 독자로서 추천하거나, 또는 일반적이면서도 출판사의 직관성을 담아서 조금 자세히 책을 풀어내거나. 이런 식으로 책을 소개하면서 독자를 끌어모으려는 출판사는 많았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일종의 태그 방식의 책소개를 만났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저 카드를 몇 종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책을 소개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흥미로워서 상당히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북마카세!
오마카세라는 말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돈을 내고 재료값 더 저렴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이미 한남 가게에서 하도 겪어 봤기 때문에 정량 정가 정해진 원료, 정해진 메뉴, 이런 확고한 것들을 더 선호한다. 물론 그 중에서 밥 더 적게, 밥 더 많이 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지구에 더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으므로 기쁘겠지. 성별 무관하게, 모두가 공평한 방식으로.
하지만 북마카세라는 말을 대단히 반가웠다. 비슷한 라인업의 도서 중 어떤 한 문장으로 만나는 오늘의 특별한 도서라는 뜻이고, 여기에는 차별이 없다. 그날의 내 기분, 그날의 도서 선별, 그 결과만이 있을 뿐.
재미있는 방식이어서 이곳 역시 상당히 눈여겨보았었다.
이전에 사진 전시회에서 만났던 작가 요시고의 작품과 그 굿즈들을 볼 수 있는 부스도 있어서 신기했다. 작가 본인의 얼굴은 모르지만, 장신의 외국인이 다른 관람객들과 사진 찍는 모습을 부스 앞에서 봤던 터라, 그 사람이 작가일까나, 이 정도만 생각하고 지나쳤었다.
굿즈들은 지난번 사진 전시회에서 봤던 것들보다 조금 더 다채로웠던 듯싶었다.
특이하게도 ID 카드라는 방식으로 나의 독서 스타일을 정리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서울국제도서전인 만큼, 사진 작가로서 독서 애호가들과 자신의 사진, 자신이 사진에 담은 인상들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처럼 보였다.
결국 6천 자가 넘어 버린 나의 후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의 생각이 빛났다. 그래서 더더욱 아름다웠다.
AI 시대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힘을 느낄 수 있어서 뜻깊었던 시간이었다.
결국에는 다시 사람. 아무리 싫고 짜증나도, 제일 빛나고 아름다운 존재는 사람이다.
이렇게 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왕 기다란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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