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거시.... 뮤지컬.... 명작 중 명작...!!

뮤떤여자 2024. 11. 13. 19:36

2024.06.06. 뮤지컬 <데미안>
인간의 실존에 그야말로 극적인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극

 


1.
극 전체적으로 여러 비유와 암시로 이루어져 있다. 종교, 문화, 역사적 배경을 알면 극의 이해에 더 좋겠다 싶은 지점들이 있는데, 극 중에서 친절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지점들을 미리 알지 못하더라도 극의 이해에, 적어도 내 생각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2.
하나의 단어를 한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 기본적인 의미를 통해서 확장적으로 해석하거나, 그를 통해서 파생된 또 다른 의미가 고정적으로 부여되는 경우가 있다. 뮤지컬 <데미안>에서 그런 요소로 '십자가'가 있다.

2-1.
극에서 십자가는 모션, 내용, 암시, 종교 등 각종 영역에서 다채롭게 쓰인다. 십자가(cross)는 우리말로도 영어로도 뜻이 참 다양한데, 이것을 한두 가지로 한정짓지 말고, 더 확장해서 바라본다면 극의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2-2.
십자가는 우리가 익히 아는 종교적 상징물로 숭고하게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교차하는 선, 또는 세력이 만나서 충돌한다는 현상으로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서 교차하게 되며 얽히는 어떤 결합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지구 위에서의 충돌이라면 직각으로 교차한 두 개의 선은 반드시 반대편에서 다시 교차하기에 재회를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아는 세상에서의 이야기이며,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모순이 벌어지는 세상 속에서는 사실상 교차하지 않는, 교차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리하여 인간의 한계를 드러낼 수도 있다.

3.
단어 하나가 이러하듯 세상의 모든 면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이를 이해하거나,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로 나는 내가 내뱉는 말에 단어를 선택하듯,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측면들을 매 순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선택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가. 세상을 바라보는 일차원적인 시각에서 머물 것인가, 아니면, 나의 지성과 실천으로 다다를 수 있는, 이 세상에 있으면서 동시에 이 세상 바깥에 존재하는 꿈으로 나아갈 것인가. 극은 이 지점을 이야기한다.

4.
극에서 이야기하는 이상, 꿈인 '별'은 이 세상에 있다. 단순하게는 일단 우리 세상에서 보인다. 그렇기에 우리 세상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세상에서 인지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세상에 없다. 실제로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별이라는 현상을 이 세상에서 관찰할 수는 없지만, 별이라는 본질에 우리는 발 딛고 선 평면 세상에서 다다를 수는 없다. 그래서 조금은 자극적으로 보이는 추락, 결론적으로는 고통스러워 보이는 실천, 행동이 필요한 것.

5.
다만, 여기서 '나'라는 주체가 없다면 이 행동은 여전히 단편적인 현상만을 짚는 한계가 존재하기에 실제로 원하는 본질에 다다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모순을 이해하는 내가 나의 의지를 가지고, 알을 깨부수는 정도의 투쟁을 통해서 각성하여 꿈에 다다라야 하는 것.

6.
소멸과 탄생, 선과 악.
모순이 공존하는 삶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현실에 안주할 것인지, 세상 바깥의 꿈을 꾸면서 추락이라는 실천을 통해서 생명을 불사를지. 인간의 실존, 주체적인 자아에 질문을 던지는 극이었다.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나 놀라웠고, 나오자마자 재예매 한 극인데, 언제 다시 러닝할까. 괴롭다.